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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뵙습니다. 근래 들어 활동 뜸한 당근입니다.


일전에 우브님과의 설전도 있고 해서 커뮤니티 활동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근래에 측정 문제가 터져 나오니 이 문제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간만에 글을 올리는군요.


일단 걸레기 알파 님께서 지적하신 사안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외부 소음에 대한 차단 대책이 매우 모자라다.

2. SPL 측정이 안 되고 있다.

3. 반복측정을 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

4. 커플러 삽입 깊이를 기준면(RP, Reference plane)에 맞추지 않는다.


정도입니다. 일단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보론을 제공하려고 하며, 이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레퍼런스보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수년 동안 살펴본 결과, 이어폰/헤드폰 분야는 딱히 적당한 레퍼런스가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읽을만한 레퍼런스를 찾자면 다음 레퍼런스는 매우 추천할만한 레퍼런스입니다. 측정법과 이어폰/헤드폰의 설계 기준 입장에서 매우 훌륭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Henrik Moller et al., Design Criteria for Headphones, JAES Volume 43 Issue 4 pp. 218-232; April 1995 


또한 현재 더미헤드 및 HATS 측정의 한계-가령 사람 데이터(human data)의 정확성 및 재현성 문제-의 경우, 다음 논문에서 매우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Dorte Hammershoi & Henrik Moller, Determination of Noise Immission From Sound Sources Close to the Ears, Acta Acustica united with Acustica, Volume 94, Number 1, January/February 2008, pp. 114-129(16)


그러나 인이어 이어폰에 대한 사람 데이터-커플러 데이터의 차이, 그리고 재현성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않으며, IEC 60318-4 (구 IEC 60711)에 의거한 occluded-ear simulator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전제하고 측정 데이터를 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후속 연구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고, 저의 경우 occluded-ear simulator가 실제 사람 데이터를 충분히 모사하지 못하고, 또한 재현성에 있어서도 측정에 다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외이의 소리 전달에 대한 모델링의 경우, 다음 논문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여기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이어폰 측정법은 매우 흥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께는 논문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Marko Hiipakka et al., Modeling the External Ear Acoustics for Insert Headphone Usage, JAES Volume 58 Issue 4 pp. 269-281; April 2010 


한편 현재 헤드폰 측정표준으로 알려진 IEC 60268-7에는 HATS 및 커플러의 이어폰/헤드폰 측정에 관해서는 RAW 데이터 측정에 관해서만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때 측정 조건은 그리 분명하게 표준서에 제시되어 있지 않고, 제조사가 명시하는 정격 조건 하에서 측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정 응답의 경우, 자유음장 등가 조건과 확산음장 등가 조건으로 나뉘어지며 이는, 음량(loudness) 비교에 의한 방법과 외이도 내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마이크의 응답을 비교하는 형태의 측정으로, HATS와 커플러를 이용한 보정 응답 산출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측정치를 명시하는 모든 리뷰 사이트에서 IEC 표준에 의한 헤드폰/이어폰 측정은 RAW 데이터를 공개하는 경우에 한합니다


정리하자면,


  1) 현재 모든 측정은 IEC 60318-4에 의한 occluded-ear simulator가 정확하고 충분히 재현적인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2) 현재 측정치를 명시하는 모든 리뷰 사이트에서, IEC 표준에 의한 이어폰 및 헤드폰 측정은 RAW 데이터에 제한된다.


는 것입니다. 이 두 점은 이번 기회에 분명히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또한 헤드폰 측정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제가 이전에 번역한 Stereophile에 올라온 Between the Ears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귀 사이에서 - 헤드폰 측정의 기술과 과학


헤드폰 측정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은 거의 다 다루고 있습니다. 번역이 좀 어지럽더라도 읽을만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서론은 이쯤하고, 걸레기 알파 님의 의견에 대한 보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1. 외부 소음에 대한 대책이 모자라다.

-> 외부 소음의 경우, 되도록 낮을 것이 권장되며 특히 측정되는 SPL(음압레벨) 에 비해 최소한 20~30dB은 확보되어야 신뢰로운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측정 조건에 있어 SPL 모니터링은 매우 권장되는 바로, 골든이어스 뿐 아니라 헤드폰 측정을 하는 모든 측정 사이트에 대해 요구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보충하자면, 측정 항목에 따라 요구되는 SPL 조건은 꽤 달라집니다. 단순히 FR만 측정하는 경우, 소음의 스펙트럼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가정 하에 장치가 출력하는 SPL에 비해 10dB 정도만 낮아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음 및 차음(leakage and isolation)에 대해서는 충분한 수준으로 외부 소음이 낮아야만 신뢰롭게 측정이 가능하고, THD(total harmonic distortion)의 경우에는 간이 무향실이 필요할 정도로 매우 낮은 외부 소음 조건에서만 신뢰롭게 측정이 됩니다. 


더 나아가 외부 소움 뿐 아니라, 헤드폰이 유발하는 소리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헤드폰에서 나온 소리가 주변 벽에 의해 반사가 되어 측정 마이크로 유입되는 상황인데, 이 경우 벽에 충분한 흡음처리를 하거나 벽으로부터 측정 장비를 충분히 떨어뜨린다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측정에 있어 외부 소음 SPL 모니터링은 매우 권장됩니다. 더 나아가 소음의 스펙트럼에 대한 모니터링도 매우 권장됩니다. 그러나 '무엇을 측정하냐'에 따라 요구되는 조건은 상이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별로 좋지 못한 조건에서도 데이터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현재 논란이 되는 이어폰에 대한 측정의 경우, 걸레기 알파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소음에 의한 데이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압니다. 따라서 이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2. SPL 측정이 안 되고 있다.

-> 현재 골든이어스의 캘리브레이터 사용 여부와 어떻게 캘리브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는 탓에 어떤 식으로 캘리브레이션이 이뤄지는 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까 합니다.


현재 골든이어스의 측정 장비는 제가 알기로 HATS 및 이어 시뮬레이터 -> NEXUS 컨디셔닝 앰프 -> PC 오디오 인터페이스 -> ARTA로 데이터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캘리브레이션은 각 단계에서 이뤄집니다.


첫째로 공장출고시 및 제조사에 의한 정기 캘리브레이션 때마다 HATS 및 이어 시뮬레이터에 내장된 마이크에 대한 캘리브레이션 데이터가 주어집니다. 이 데이터는 캘리브레이션 차트나 시트의 형태로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근래에는 좀 더 편리해졌습니다. 요즘에는 장비 자체에 데이터가 내장이 가능한 탓에 LEMO 커넥터(측정 장비에 쓰이는 특별한 커넥터 종류)를 이용하여 장비를 연결하면 전문 측정장비에서 해당 데이터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캘리브레이션 데이터가 장비에 입력이 됩니다. 최근의 NEXUS 컨디셔닝 앰프의 경우,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BNC 등을 이용한 연결이나, 구형 장비의 경우, 이런 자동 캘리브레이션이 불가능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수동으로 입력하게 됩니다. 또한 제조사에 의한 캘리브레이션이 잘 되었더라도 마이크 감도(sensitivity)는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이 때에는 캘리브레이터를 이용하여 추가 캘리브레이션을 해야 합니다. 이 캘리브레이션 절차는 조금 복잡하지만 익숙해지면 별 건 아닙니다. 일단 HATS에서 의사귀(artificial ear)를 분리하고, 캘리브레이션 전용 어댑터를 부착합니다. (이 어댑터를 통해 캘리브레이터를 부착할 때만 캘리브레이션을 위한 결합조건이 만족됩니다.) 이 때 캘리브레이터를 대고, 기준 음원을 재생하게 되면 - 보통 1Pa 혹은 94dBSPL - 이 때의 마이크 출력 전압으로 1Pa에 대한 출력 전압이 결정되고, 이를 기록합니다. (즉 단위는 V/Pa)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수치적인 캘리브레이션을 진행합니다.


NEXUS 컨디셔닝 앰프는 이러한 점에서 매우 훌륭한데, 이렇게 얻어진 감도 데이터를 NEXUS 컨디셔닝 앰프에 입력하면, NEXUS 앰프가 받아들인 데이터를 얼마만큼의 전압으로 출력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캘리브레이션을 잘 수행하면 기준음압에 대해 항상 일정한 전압을 NEXUS 앰프에서 출력하게끔 할 수 있고 - 대개 1Pa에 대해 33~100mV 권장 - 따라서 오디오 인터페이스 입력 조건을 항상 일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측정 조건을 컨디셔닝해준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점을 잘 이용하면, HATS의 좌우밸런스가 다르게 측정되더라도 항상 일정한 상황에서 컨트롤해줄 수 있으며, 측정에 있어 캘리브레이션 절차의 복잡함과 상이한 측정조건의 문제를 잘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오디오 인터페이스 역시 캘리브레이션이 이뤄져야 합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입력단 역시 감도가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최대레벨(디지털 레벨로 0dBFS)이 아날로그 전압(Volt)로 얼마인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이러한 캘리브레이션 절차는 ARTA 등 측정 소프트웨어애 내장되어 있고, 충분히 믿을만한 전압 측정기만 있다면 충분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좀 더 정확하게 하자면, 각 장치의 전기적 입력, 출력 임피던스도 고려하긴 해야 합니다.)


측정자는 이러한 캘리브레이션 절차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하며, 정기적으로 반드시 이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캘리브레이션 절차가 측정에 있어 제일 까다로우며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입니다. 캘리브레이션 절차를 통해 측정의 재현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측정도 편리해지고 일관적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헤드폰과 이어폰의 경우, 전력레벨(1mW 등)을 통해서 측정기준을 만들기보다는 음압레벨(85dBSPl 또는 94dBSPL)로 측정기준을 만드는 게 타당하다 보는데, 음압 캘리브레이션이 없으면 이러한 측정기준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음압레벨 굳이 안 맞추고 대충~해도 주파수 응답에 대해 이해하는 건 그리 큰 문제는 없기는 합니다. 다만 데이터의 신뢰에 대한 문제로 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캘리브레이션 안 했다고 데이터를 다 폐기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데이터를 전적으로 믿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신뢰로운 데이터를 위해, 캘리브레이션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3. 반복측정을 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

-> 1번과 연관된 문제입니다. 반복측정은 노이즈의 영향을 줄이고 측정 조건의 미세한 변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이루어집니다. 제 생각에도 이러한 점 때문에, 임펄스 응답 측정에 있어 3번 정도의 평균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반복 착용에 의한 주파수 응답 변동 정도는 체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위에 제가 링크한 '귀 사이에서 - 헤드폰 측정의 기술과 과학'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4. 커플러 삽입 깊이를 기준면(RP, Reference plane)에 맞추지 않는다.

-> 저의 경우, 이 비판에 대해서는 크게 동감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주장 역시 옳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든이어스 등에서 이어폰 측정에 사용하는 IEC 60318-4의 occluded ear simulator는 소리를 내는 근원장치(source device)가 기준면에 위치하여 94dBSPL로 재생할 때에만 사람 데이터와의 유사성이 보장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뮬레이터에 의한 측정 데이터가 사람 데이터와 어떻게 다를지 근본적으로는 예측되지 않으며, 대개의 경우, 그저 예측될 거라고 믿으면서 측정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제 경험으로는, 예측조차 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a) 일단 기준 측정 조건에서 벗어났을 때, 예측될 거라고 믿을 근거는 없습니다. 설령 예측될 거라 믿더라도,

(b) 사람마다 이어폰 착용조건은 매-우 상이합니다. (이는 이어팁과 사람의 귀 모양, 착용습관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상이한 착용조건들을 대표할만한 그러한 착용조건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 상이한 착용조건들을 대표할만한 착용조건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RP라고 주장할 분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RP까지 이어폰을 집어넣는 사람이 있습니까? 참고로 그게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어폰은 오직 ER-4 뿐입니다! (그래서 ER-4의 경우, RP까지 들어간다는 가정 하에, 사람간 차이도 가장 적고 또한 정말 의도한 대로 소리를 내게끔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ER-4의 장점이라면 장점이죠.)  또한 RP는 그게 음향적으로 정말 타당하여 결정되었다기 보다는, 고막 지점에서의 음압을 예측하기 가장 용이하기 때문에 선정된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B&K에 관련된 기술문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런 지라 'RP로 평정'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지라도 측정 조건에 대한 일관성은 확보해야, 데이터가 재현가능한 건 분명한데, 어떠한 방법이 가장 최선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RP 기준에 맞춰 측정하는 건 현재로서 어쩔 수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정 RP를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어떤 조건에서 측정했다고 분명하게 명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한 이어팁을 명시하고, 측정 조건을 사진으로 찍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실은 현재 골든이어스가 측정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잘못한 점은 없습니다. SPL에 대한 관리가 좀 미흡한 것이 단점이긴 합니다만, 실은 현재 골든이어스의 측정 데이터 중, 가장 핵심적인 건 주파수 응답인만큼, 그렇게까지 데이터에 큰 해악을 끼치는 점은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측정을 하고 있고, 매번 어떤 측정 조건에서 측정을 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보강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편 이어폰과 헤드폰 측정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매우 큰 주제입니다. 따라서 어떤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 같은 형태의 논의보다는, 보다 낫고 적합한 측정법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의 경우, 현재 HATS 규격과 이어 시뮬레이터 규격에 있어 크나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새로운 측정법에 대해 리뷰 사이트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IEC 기준서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헤드폰, 이어폰 측정에 관한 실용적인 해답은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제조사가 명시한 정격 조건'에 호소하는 부분이 크고, 사람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여 측정 데이터를 산출하라고 하는 등,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매우 큽니다. 오히려 '귀에 근접한 소음원에 대한 측정법'을 명시하는 ISO 11904-2에 의한 측정 방식이 더욱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삽입형 이어폰 타입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으며, 이 점을 타파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오디오 공학에서 가장 존경할만한 연구자 중 하나인 Floyd Toole 박사는 헤드폰에 관한 자신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아마 그저 그러한 의사 귀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고충실도 헤드폰은 표준적인 청력 검사를 위해 고안된 커플러와 의사 귀를 통해 평가되어 온 듯하다. 이 장치들에는 외이의 기본적인 음향적인 기능을 모의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담겨 있지 않다. 또한 무수히 많은 고품질 장치들을 위해서도 설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리고 플랫한 주파수 응답을 내야 한다는 상업적 동기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헤드폰들이 잘못된 장치와 잘못된 성능 측정을 통해 설계되어 왔다."

('귀 사이에서 - 헤드폰 측정의 기술과 과학' 번역에서 재재인용.)


이러한 경고 내지 주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정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현재의 이어시뮬레이터 역시 여전히 완전히 사람 귀를 모의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표준 장비라는 이유만으로, 또한 흔히 알려진 보정 절차 역시 업계의 암묵적인 표준이라는 이유만으로, 널리 사용되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보다 좋은 리뷰를 쓰고, 더 좋은 제품을 원한다면 이러한 점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측정 데이터를 읽는 분들 역시, 왜 그런 측정 데이터가 오고 어떻게 측정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다면 제품에 대해 판단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폰과 헤드폰의 측정 데이터를 꾸준히 봐오면서 느끼는 점은, 결국 데이터 역시 사람이 해석해야 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고, 저절로 제품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또한 데이터는 전제적인 제품 평가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데이터에 대한 오도는 제품을 잘못 이해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측정 데이터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측정 데이터만 있는 리뷰보다는, 항상 스스로 일관적인 기준 하에 자신이 들은 소리에 대해 보고하려 하는 청취 리뷰를 더욱 선호하며, 측정 데이터가 첨부되었다면 측정 데이터에 대한 상세한 해석을 스스로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깁니다. (여기에 그나마 근접한 곳이 과거의 PCMag이나 현재의 InnerFidelity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어폰/헤드폰 리뷰는 PC나 모바일 하드웨어 리뷰보다도 음식 맛에 대한 평론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하며, 특별히 커피나 와인, 맥주 등 음료에 대한 리뷰와 그 성격이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나 와인, 맥주 역시 객관적 지표를 통한 평가가 충분히 수행됩니다. (보통 맛을 만드는 특정한 화학 성분 등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며, 전문적인 테이스팅을 통해서 규격화되고 일관적으로 맛을 보고하려고 하고, 여기에 더해 개인의 감상을 더하여 평론을 완성합니다. 이어폰/헤드폰도 그런 형태의 리뷰가 이뤄진다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짧게 쓰려 했지만, 간만에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그간 고민했던 걸 모두 담아 넣어서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이 논의에 있어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뭔가 건진 내용이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으슬으슬할 정도로 일교차가 큽니다. 다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즐겁게 음악들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또 뵙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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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훌륭한 음향기기라도 좋은 음악을 재생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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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기 알파

2015.05.10 23:55

당근님 오랜만에 보는것 같네요.
당근님이 정리를 잘 하셨지만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레퍼런스 플레인에 관한경우는 에티모틱에 대한 제품의 측정이므로 RP에 맞추어야 한다고 쓴거지만, 사실 근본적으로는 측정 삽입 깊이의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만약에 MK5가지고 측정하러 갔는데 RP로부터 모두 정확하게 3mm 떨어진 곳에서 잴거라고 하고 버니어 캘리퍼스로 재서 측정했다면 뭔가 좀 변태같긴 하지만 이거에 대해서는 태클을 걸지 않았을 겁니다. 모든 표본이 다 같은 위치에서 충분한 재현성을 갖고 측정이 되었기 때문이죠. 다만 골든이어스의 경우 이런(예를들어 MK5의 노즐 끝을 RP에서 3mm 떨어진 곳) '좀 이상한' 기준조차도 없이 그냥 꼽히는데로 측정한게 지적받을 만하다고 생각한겁니다.

그리고 골든이어스의 경우 THD와 같은 지표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정도 노이즈가 IEM에선 문제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오픈형 이어폰의 경우 저역의 음압이 수십dB에 가깝게 상당히 내려가는 경우를 예로 들더라도 이거는 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록 노이즈가 음압을 올려서 IEM인 MK5에는 영향이 안갔다고 치더라도 오픈형 이어폰과 오픈형 헤드폰 역시 사무실 내에서 측정하는 골든이어스가 이런 기본적인게 안되어 있다는게 개인적으로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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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2015.05.10 23:58
네. '어떠한 상황에서 측정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명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측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인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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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꿀돼지

2015.05.11 00:08

오~~~ 뭔지 잘 모르지만 고수의 향기가 폴폴.....


저는 초보라 잘 모르겠지만 당근님 생각에 걸레기 알파님의 지적은 다소 과도한 부분이 있고 골귀도 잘못은 했지만 큰 부분은 아니다. 정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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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2015.05.11 00:11

그런 식의 요약은 별로 권장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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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X-12

2015.05.11 00:53
요약이 가능한 내용은 아닙니다. 애초에 누가 더 잘못했고 덜 잘못했고를 가리는 글은 아니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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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희야

2015.05.11 02:20
글 인상깊게 잘 보았습니다.
평소에 음향기기에 관심있는 저로써는 꿀정보가아닐 수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논문 공유 가능하신가요?
wjdalsrn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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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X

2015.05.11 07:26

항상 당근님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

 

객관적인 글 잘 보았습니다.

 

글이 너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저를 포함한 유저분들이 댓글에서 몇 마디 더 붙일 여지조차 없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분석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지식이 부족한 것이 크지만.. ㅋㅋ)

 

3번 항목의 경우에는 반복측정 문제를 서술하여 주셨는데.. 다른 사이트와 다르게 골든이어스는 측정시 여러번의 측정에서 평균치를 내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저도 개인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입니다만.. 이 방법에 대해 골든이어스 측의 혹은 다른 박식한 분들의 설명이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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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쇠

2015.05.11 11:10

외부소음을 20~30db 까지 낮추는 것은, 무향실을 꾸미지 않는 이상, 도심권에서는 기저소음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도심외곽 한적한 곳으로 나가도 30db 이하는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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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

2015.05.11 11:26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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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e

2015.05.11 14:30

역시 고수분들이 요약해주시니 좋네요. 


소음 및 음압에 대해서 특히 공감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외부소음이 크길래 FR에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제 경험상에도 진짜 개미소리만하게 찍는게 아니면일반 가정집에서도 SWEEP 신호로 FR 찍는건 음압 높이만 올라갈뿐 모양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예전에 측정하는거 보니 꽤 고음압에서 하던데 별 문제가 있을까 싶네요. 물론 소음이 크면 THD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음압이 너무 낮으면 외부 소음이 흘러들어서 THD가 엉망이 되고 음압이 너무 높으면 드라이버의 한계때문에 THD가 높아집니다. 제품의 성능한계를 보려면 최대출력에서 THD도 필요하겠지만 실질적으론 사람이 음악을 듣는 수준의 음압에서 THD를 보는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3번의 평균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삽입깊이를 조금씩 건들면서 측정하는게 아닌이상 같은 위치에서 그대로 측정했을때 FR의 변화는 아주아주 미세한 수준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평균을 내던 안 내던 그런 미세한 차이는 1/3 스무딩이라 알아보지도 못한다에 한 표 겁니다. 단, 밀폐등의 문제가 일어날경우를 대비해서 재착용 하는건 해야겠죠. 근데 지금까지의 골귀 측정치를 봤을때 그런 문제가 일어난 제품은 거의 없던것으로 기억합니다.(보통, 일단 가장 극저역이 먼저 샙니다.)


4번도 좋은 말씀이네요. 1~2mm만 더/덜 밀어넣더라도 피크와 딥 위치가 계속 이동하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 귀에 들어가지도 않을만큼 비정상적인 위치에서 측정한거라면 잘못이죠.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사이트의 공신력을 높임과 동시에 더 정밀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위해서는 음압이나 소음등 기준이 지켜져야하는건 사실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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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짐

2015.05.12 01:30

오랫만에 찾아오셨군요.

번역해주신 문서는 출력해서 꼼꼼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충분한 설명이 될만큼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좋은 글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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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

2015.06.19 12:37

이런 양질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게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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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골든이어스의 그래프를 활용, 해석 하는 법. file

  • 등록일: 201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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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골든이어스 측정 데이터 문제에 대한 소견

  • 등록일: 201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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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질의응답으로 풀어 본 이큐잉에 대한 고찰 file

  • 등록일: 20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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